[쉼-息]/밑줄 긋기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중에서 - 2

그러한 2008. 4. 29. 14:30

 

자아를 찾기로 결심한 사람은 어떤 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변화시키겠다는 생각을 할까?
그는 자신의 머리가 아직은 녹슬지 않았고, 몸도 아직은 기운이 남아 있고,
지금이야 어떻든 간에 자기 앞에 놓인 운명은 자신의 손에 달려 있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운명을 바꾸려면 달라지기로 결심하고, 변화에 대한 사소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생각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고,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실행에 옮기게 될 것이다.

예전과는 다른 차원으로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는 연습을 하고,
완벽해야 한다는 욕심 없이 내 손으로 뭔가를 창조하고,
해로운 습관은 없었는지 생각을 해보고,
부인과 아이들에게 그리고 친구들에게 어떤 식으로 말을 하는지 들어 보고,
자아에 귀를 기울이고, 대화 상대의 말을 귀담아 듣고 그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고,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소중히 여기고, 그 과정이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 된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구슬땀을 흘리며 고생을 舊?않고는 달리질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아 찾기에는 공식도 없고, 참고서도 없다.
나는 존재하고, 여기 이 자리에 살아 있으며, 자아를 찾는 여행을 하는 중이고,
내 삶의 주인은 나이며, 어느 누구도 대신 살아 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나는 내 안에 있는 단점과 실수와 과오를 극복해야 한다.

나의 부재를 나만큼 아파할 사람은 없다.
내일 또 다른 날이 시작되면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다시 살아가야 한다.
실패한다 하더라도 옆 사람이나 인생이나 신을 원망할 생각은 없다...

- 징커, <만인의 지식과 나만의 깨달음> 중에서


내가 아닌 다른 곳에서 희망을 찾는 건 실수일 거야.
오늘은 갓 구운 빵 냄새를 풍기던 집이 내일은 연기와 피비린내에 젖기도 하지.
오늘은 손가락이 잘린 정원사를 보며 기절을 했던 사람이
일주일 뒤에는 지하철 폭파사고로 죽은 아이들의 시신을 밟으며 다니기도 하고.
그런 곳, 그런 사람에게서 무슨 희망을 찾을 수 있겠어?

전쟁이 거의 끝날 무렵 나는 죽고 싶었지.
매일 밤 똑같은 꿈을 꾸는 바람에 무서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고, 몸은 점점 쇠약해져 갔어.
꿈속에서 내겐 아이가 한 명 있었어.
내게 생명과도 같은 존재였는데, 하지만 난 바보인 그 아이에게서 도망치고 싶었지.
하지만 그 아이는 계속 내 무릎 위로 기어올라오고, 내 옷을 잡아당기는 거야.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지. 이 아이에게 입을 맞추면 다시 잠을 잘 수 있을지도 몰라.
그래서 나는 아이의 일그러진 얼굴 위로 고개를 숙였지. 끔찍했지만 입을 맞췄어.
퀸틴, 인간은 이렇듯 자신의 삶을 끌어안고 입을 맞춰야 한다네.

- 아서 밀러, <가을, 그 이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