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食]/새우의 강

맘페로 - 2

그러한 2008. 7. 10. 13:39

 

4시간을 달려 드디어 맘페에 도착하니 날씨가 흐린 것이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하다. 여기에서 나이지리아 국경까지는 60Km 정도인데, 그 중간에 다른 마을이 거의 없어 이 곳에 세관이 있다고 한다. 나이지리아인들이 자주 드나들고 심지어 이 곳에서 사는 사람도 많다는데 밀수도 꽤나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숙소를 찾아 들어서니 옆 가게의 이발사인 젊은 남자가, 여자인 줄 알았다며 따라 들어오려고(?) 한다. 카메룬에 온 후로 머리를 자르지 않고 묶고 다녀서 그런 오해를 받은 적이 많이 있는지라 그리 놀라지는 않았지만, 괜히 한 번 성난 표정을 지어보였다. 여행을 떠나서는 무엇보다도 안전이 가장 우선해야 할 고려사항이다.

화장실에 전기불도 들어오지않고, 거울도 없이 침대만 덩그러니 있는 방인데 4,000세파를 내라고 한다. 실랑이 끝에 절충해서 500세파를 깎기로 했다. 여행 경비를 최대한 아끼려는 것이 우선적인 목적이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서 심리적인 안전을 확보하는 것, 그리고 그 동안 갈고 닦은 현지어를 마음껏 테스트해 보려는 것도 또 다른 이유이다.

직원 혼자서 일하고 있다니, 관리가 제대로 되고있지 않은 것을 더 이상 탓할 수도 없다. 알고 보니 직원은 나이지리아인이라고 한다. 내일 바멘다로 가는 버스편을 물어 보니, 도로가 너무 좋지 않아서 정기버스는 없고 가끔 한두 대 오가는 트럭은 있다고 한다. 특히 지금과 같은 우기에는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도로가 위험하다고 하는데, 그래도 왔던 길을 거슬러 가기는 싫어서 차편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인 시내산책에 나섰는데, 저녁 무렵이라서인지 소떼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특히나 인상적인 순박한 시골 마을이다. 한 바퀴 돌고 나니 더 이상 길이 안 보일 정도로 날이 저물어서, 숙소 옆에 있는 작은 식당에 들어가서 음식을 주문했다.

처음에는 외국인인 것을 보고 500세파라고 했지만, 정상가격으로 먹고 싶다고 했더니 300세파로 바로 낮춰준다. 카메룬에서 이런 경우는 그리 놀랄 일에도 들지 않는다. 어디에서나 외국인 가격과 현지인 가격이 따로 있는 것 같은데, 물론 그렇지 않은 곳도 많이 있을 것이다. 메뉴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으므로, 소고기와 강낭콩을 익힌 것에 밥을 담고 소스를 뿌린 것을 한 접시 시켰다. 쌀의 질이 많이 떨어지고 콩은 기름에 푹 잠긴 것이어서, 야운데에서 먹던 음식과는 또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비위에 잘 맞지 않아서 별로 먹지 못하고, 오는 길에 생수와 구운 쁠랑땡 2개를 사서 방에서 겨우 허기만 달랬다.

불이 들어 오지 않아서 말 그대로 대충 씻었다. 부탁했던 차편을 알려주지 않아서 직원을 닦달했더니, 한참 만에 돌아와 내일은 그나마 트럭도 없다고 알려준다. 하는 수 없이 아침 일찍 다시 쿰바로 갔다가 바멘다로 가는 버스를 타기로 결정했다. 왔던 길을 되돌아 가야하고 긴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카메룬에서 가장 위험한 도로라니 더 이상 미련을 가지지 말아야겠다. 더구나 차편도 없다니 말이다. 이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일찍 자는 것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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