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6월 27일(수) : 베르뚜아로
- 베르뚜아(
다섯시 반에 일어나서 짐부터 쌌다. 어제 베르뚜아로 가는 첫차가 여섯시에 있다고 했으니 꾸물댈 시간이 없다. 세수도 하지 않은 채 숙소를 나섰다. 이른 시간인데 마침 지나가는 모터사이클이 있어서 정류장으로 타고 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더러는 앉아서 더러는 서서 차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 여섯시 전인데 첫 차는 벌써 매진되었다고 한다. 서둘러 다음 차표를 끊고 보니 요금이 7,500세파이다. 오늘 얼마나 먼 길을, 얼마나 힘들게 가게 될지 미리 짐작이 가는 듯하다. 야운데까지 가는 표로 살 수도 있지만,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 일단은 베르뚜아까지만 가기로 한다.
아침이라서인지 제법 선선하다. 지나가는 아이를 불러세워 삶은계란 2개를 샀다. 비상식량인 셈인데, 비싼 편이지만 알은 굵다.
길이 생각보다 그리 나쁘지는 않다. 길 양쪽에 있는 독특하게 생긴 집들을 보면서 한 시간 반 정도 달려서 텔로Tello를 지나고, 또 그 만큼을 더 가서는 메이강가Meiganga에 도착했다. 승객들이 내리고 또 다른 승객들을 기다리는 동안 음료수를 한 병 사고 계란을 하나 먹었다.
다시 출발해서 30분 정도 달리니, 서부 도시인 티바피Tibati, 반요Banyo로 갈라지는 길이 보인다. 그 쪽으로 가도 서부도시인 바멘다 등을 거쳐서 야운데로 갈 수 있지만 훨씬 먼 길이 될 것이다. 기도하기 위해서 20분 정도 멈춘 것을 빼고는 차는 계속 달려서,
많은 승객들이 내린 자리를 새로운 승객들이 채우고 있다. 빈 자리가 없어질 때까지 차는 출발하지 않을 모양이다. 몸도 풀 겸해서 차에서 내렸다가, 손을 씻으려고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아주머니가 곁에 있던 아이에게 잘 씻을 수 있게 바가지로 물을 부어주라고 일러준다.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전달된다.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사탕으로 보답하는 것 뿐이다.
다시 출발해서 한동안 달리는가 싶던 차가 길 한가운데에서 멈췄다. 경찰 검문 때문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좀처럼 보내주지 않는다. 아까 25세파에 사두었던 땅콩을 꺼내 먹으면서 지루함을 달래는 수 밖에 없다. 30분 이상 서 있더니 그제야 앞으로 가기 시작한다.
쉬지 않고 달려도 아직 도착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베르뚜아까지가 멀기는 먼 거리인 것 같다.
한 시간 정도 부지런히 달리는가 싶더니 또 차가 멈춰 섰다. 이번에는 상황이 좀 심각한데 타이어가 터진 것이다. 베르뚜아까지는 20Km 정도 남았다고 하는데, 운전사는 공구가 없는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되겠지 싶어 차에서 내려 길 옆에 누우니, 별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하고 벌레 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이런 것들을 만나려고 차가 고장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어차피 지나가던 다른 트럭의 도움을 받아서 차는 가게 되어있었다.
30분 정도 지나서 차는 베르뚜아에 도착했다. 우선 식사부터 해야 할 것 같아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닭고기와 튀긴 쁠랑땡을 먹고 나니 좀 살 것 같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가서 정류장 근처에 숙소를 정했다. 화장실과 욕실이 밖에 따로 있고 그리 깨끗해 보이지는 않지만, 요금은 2,500세파로 저렴하다. 몇 시간 후면 차를 타고 떠날 것이니 이 정도면 충분하다.
방에 들어가니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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